[그대 지금 어디에] 2009년 4월호 - 영화로 만나는 복음 영화 <그랜 토리노>는 한 백인 보수주의자의 눈을 통해 본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에 직면한 한 인간의 삶과, 가족과 이웃의 변화된 관계, 다인종 ․ 다문화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적인 희생과 구원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서 여러 면으로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부인의 장례미사에서 장난스럽고 무례하게 할머니의 마지막을 대하는 손자들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월트 코왈스키, 그를 바라보는 두 아들 역시 어머니의 죽음보다는 아버지가 남길 집과 유산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월트의 영혼을 염려한 부인의 유언 때문에 본당신부가 계속 찾아와서 회개와 고해성사를 권유하지만 그는 이미 교회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게다가 자기 동네에 이주해 온 이방인 이웃들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그를 더욱 고립시킨다. 그들은 동남아시아의 소수민족인 몽족 이민자들이다. 어느 날 자기 집 마당에서 말썽 피우는 몽족 양아치들을 총으로 위협해서 본의 아니게 옆집 아들 타오를 구하게 된 월트, 은혜에 꼭 보답하는 몽족의 관습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월트는 서서히 그들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된다. 특히 유색인종을 대놓고 경멸하던 월트와 몽족 소녀 수와의 대화는 무척 흥미롭다.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와 편견이 거칠게 표현되는데 그것을 통해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된다. 결국 “어떻게 내 자식 놈들보다 이 동양인들과 더 잘 통하는지...”라고 내뱉는 월트의 독백에서 가족과 이웃의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월트가 타오와 함께 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다. 나쁜 친구들의 강요 때문에 월트가 가장 아끼는 자동차인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했던 타오가 월트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함께 일하게 되었을 때, 월트는 타오가 가난한 이방인으로 머물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그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타오를 괴롭히는 양아치들의 위협은 계속되고 결국 타오의 가족과 월트는 큰 희생을 치른다. 회한으로 가득 찬 인생과 복수를 부르짖는 타오를 뒤로하고 홀로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거행하는 월트의 의례는 그 어떤 예식보다 장엄하고 숭고하다. 꼭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폭력과 악에 짓눌린 어둠을 이겨낸 그의 최후는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에 이르는 길임을 강렬하게 증거하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이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자기들을 위하여 돌아가셨다가 되살아나신 분을 위하여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2코린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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