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는 아주 먼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이 우주선에 이주해서 살 만큼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시대지만 지구는 그야말로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내버려진 상태다. 풍요로웠던 도시는 구름까지 닿는 쓰레기빌딩으로 대체되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물체는 쓰레기 처리용 트랙터 로봇인 월-E와 바퀴벌레 한 마리. 재활용 물건은 철저하게 분리수거해서 자기 집에 모아 놓고, 쓰레기는 네모나게 압축해서 쌓아놓는 일만 700년 동안 실행해 온 월-E는 로봇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구식 노동자에 가깝다. 어느 날 나타난 정체불명의 우주선에서 눈부시게 하얗고 매끈한 신형 로봇 이브(EVE)를 보고 넋이 나갈 만큼 사랑에 빠져버린 월-E. 하지만 그들 사이에 놓인 700년이라는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인간의 우주선에서 파견된 이브는 월-E가 보관하는 식물을 보자마자 자기 몸체에 담아두고는 거대우주선 엑시엄(Axiom)으로 가져간다. 월-E와 이브의 만남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거와 미래의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전반부라면, 후반부에서는 이브를 구출하기 위해 엑시엄까지 쫓아간 월-E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맹목적인 탐욕과 소비로 지구를 쓰레기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달아난 인간들은 그곳에서도 역시 먹고 쇼핑하는 것으로 삶을 대신한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로봇과 컴퓨터가 다 해결해 주는 가운데 푹신한 의자에 반쯤 누워 버튼 하나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눈앞에 놓인 스크린을 통해서만 말할 줄밖에 모르는 인간들은 이제 걷지도 못하는 비대한 살덩이일 뿐이다. 비대해진 인간들의 지나친 소비와 이기적인 삶이 무자비한 환경파괴를 촉진하고 결국 지구를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암암리에 경고한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그냥 웃고 넘기기엔 정말 심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발휘된 놀라운 표현력과 감동은 정말 놓치지 말고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 초반의 30분간 월-E가 먼지 자욱한 땅에서 쓰레기를 묵묵히 처리하는 모습은 소비사회의 결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이 포기한 노동의 신성함마저 느끼게 하는 명장면이다. 아이들과 함께 볼 때, 인류가 오래오래 지구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결심과 실천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도 효과 만점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그대 지금 어디에] 2009년 5월호
영화는 인간을 쇼핑하는 동물로 양육하는 거대 기업의 이름(Buy & Large)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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