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느끼는대로

DVD 사운드 체험(04')

기린그린 2010. 5. 15. 11:17

음반 마스터링을 위해 '소닉 코리아'를 찾았다. 
음반제작은 내가 속한 팀에서 하고 있는 일이기에 
작곡가와 엔지니어들을 위해 위문차(?) 
김밥과 컵라면을 싸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스튜디오가 이사한 뒤로 처음 가봤는데, 
1층에는 DVD전용 마스터링 스튜디오가 있었다. 
그곳 엔지니어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주면서 두 가지 DVD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독일에서 '24시간 바하연주'라는 길거리 콘서트였고,
현악 4중주와 바비 맥펄린이 재즈로 편곡된 바하를 다른 팀과 연주했다. 
또 한 가지는 케니 로긴스가 미국에서 큰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에서 
공연한 것을 DVD로 편집한 것이었다. 
겨우 컴퓨터를 통해서만 DVD를 보다가 
오늘 최고 좋은 시스템에서 콘서트를 보고 들으니 
정말 모든 소리가 내 몸을 사방에서 통과하며 연주하는 것 같았다. 
각각의 소리들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모아지면서도 
서로 다른 색깔의 소리들이 시원하게 다가왔다가는 사라지는 것이... 
정말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문득 콘서트 하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건,
백인과 흑인이 언제나 한 무대에서 함께 공연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듣기에 백인의 목소리는 약간 날카로운 면이 있고
흑인의 목소리는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래서 백인 가수의 공연 때 흑인들의 코러스는 
그만큼 잘 어울리고 돋보인다는 느낌을 많이 가졌었다.  
오늘 봤던 공연들도 그랬다. 
무대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편견과 차이를 떠나서 
하나의 노래를 부르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낸다. 
늘상 보아온 일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흑과 백의 조화가 가슴에 와닿았다.
아마도 최고의 사운드가 주는 감동의 한 자락일 것이다. 

그래서 예술이 위대한가보다. 
눈에 가려졌던 아름다움을 보게 하고, 
무뎌진 가슴을 다시 섬세하게 조율해주니 말이다.
오늘, 잠시나마 예술과 기술의 따뜻한 만남을 체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