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느끼는대로

9월 마지막 날

기린그린 2011. 9. 30. 23:07

다양한 그룹들과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9월이다. 

오늘처럼 가볍게(? 그래도 극장에 갔었다) 지낸 날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가벼운 날을 만나면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게 지낸 것 같다. 

사람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놓아버려야 할 것을 끊임없이 놓아버리는 훈련의 기간이었고,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는 힘도 얻은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 

나는 너무나 쉽게 속아넘어가고, 참지 못한다. 

그래도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라고 봐주고 싶다.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여전히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그걸 반복해서 보는 일은 괴로움이지만, 

내가 바뀌기를 바라기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 같다. 

에필로그...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에필로그가 쓰여지는 시간이다. 

희한하다. 모르겠다. 


그래도 이 달엔 FM과 책을 곁들인 밤을 여러 날 지냈다. 

어떤 안정적인 지점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느낌...? 

벌써 10월이다. 2011년에 펼쳐진 마지막 라운드라고나 할까...

요구되는 것은 많으나 사실 아무런 계획도, 결심도 없다. 

더 가볍게 떠날 수 있고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만 바랄뿐... 




가을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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