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 사람의 자식 된 자로서 어찌 효도를 하지 않으리오." 할아버지가 근엄하게 해설했고 그것은 가부장의 말이었다. 감히 내 말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말은 우리를 마치 ~인 듯' 살게 만든다. 언어란 질서이자 권위이기 때문이다. 권위를 잘 믿는 이들은 쉽게 속는 자들이기도 하다. 웬만해선 속지 않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속지 않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방황하게 된다.* 세계를 송두리째로 이상하게 여기고 만다. 어린 슬아는 선택해야 했다. 속을까 말까. 그는 빠르게 속기로 한다. 화선지에 바르게 '아들 자'와 '놈 자'와 '효도 효' 같은 글자를 쓴다. 효녀인 듯 유년기를 보낸다. 어쨌거나 할아버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P40. 그후로 팔 년이 흘렀다. 집안은 슬아 중심의 가녀장 체제로 제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