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영화관

밀리언달러 베이비

기린그린 2010. 5. 22. 22:25

 




모쿠슈라! 모쿠슈라!

이 외침은 코치 프랭키가 마련해준 가운 뒤의 글자를 보고

관중들이 매기에게 외쳤던 소리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코치가 직접 써준

그 단어을 등에 업고 링 위에서 승리했던 매기,

비겁한 상대방의 폭력에 전신마비가 된 그녀가 죽기 전에

코치는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그 말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너는 나의 혈육, 딸이다.라고

그는 그녀의 옷에 그 말을 새겨넣고 온 세상이 선포하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링 위에서 아낌없이 불꽃 같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얻은 것은 평생 꿈꿔왔던 성공 이상이었다.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무엇일까?

매기가 품고 떠나간 행복이 무엇일까? 

세상 사람이 모두 자기 이름을 외치며 환호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패배자가 되어서도 그 한 존재의 사랑 속에 떠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가자, 이니스프리 섬으로

권투코치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게 늘 시집을 끼고 살던 프랭키,

그는 과연 그 섬으로 떠날 수 있었을까?

자기의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의 생명줄을 끊어줄 때 그는 이미 죽었다.

자기가 죽은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 앞에 과거의 영광만 있을 뿐,

앞으로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이들이 이렇게 엄연히 존재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도 한동안 갈팡질팡 했다.




지난 대피정 때 특별한 체험 중의 하나는

엄마와 나와의 관계를 새롭게 본 것이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 자매요 형제라는 것,

엄마와 나도 그분 안에서 이미 자매로 맺어져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사건일 것 같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노래에 이끌려 보게 된 드라마 아일랜드,

회를 거듭할수록 전체적인 플롯의 약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 시대에 가족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내가 처음으로 강하고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혈육을 넘어선 가족과 혈육을 무시한 가족

어떤 것이 진정한 가족으로 남게 될지

세상은 점점 그 본질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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