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피냄새를 맡고 왔는지도 모른다. 순교기념성당에서 기도할 때 끔찍했던 꿈들이 편안하게 들어 앉았고, 어렴풋이 예감한대로 제단 위의 죽음이 곧 그분의 길이었고 나의 길이 되어야함을... 좀더 가까이 보았다.
무너진 다리 앞에서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그 단절만을 바라보는 망연자실한 심정이었고, 모든 행위와 시간이 모래알보다 더 잘게 부서져 사라지는 것 같은 공허함과 지진을 겪듯이 알 수 없는 불안으로 흔들리고 떨던 마음이었는데... 성지에 가니 차분하졌다.
끊어졌던 다리는 십자가로 재건되었고,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이번 휴가라는 마법의 시간이 끝나면 그 길을 향해 발을 떼어야할 것이다.
그 십자가 다리만으로도 주님께서는 충분한 응답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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