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이들의 일상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이었다.
태어남이라던가 만남이라던가 싫증이라던가 넌더리라든가 이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미움과 노여움과 그리움이나 시시함,
그런 모든 것이 긴 장마철에 한무리씩 다가오던 끝없는 구름의 행렬처럼 차례로 스쳐 지나왔다.
기록영화에서 보았듯이꽃봉오리가 움트고 꽃잎이 나오고 피어나고 활짝 피어나고
더 활짝 피어나 젖혀지면서 끝에서부터 시들어 움추러들고
드디어는 차례로 말라 떨어져 가지 끝에 간신히 붙은 꽃잎 하나 흐느적이다가 슬로우 모션으로 나부껴 떨어지는 광경,
그리고 필름은 거꾸로 돌아가며 다시 환원된다.
이 모든 출발은 매순간 새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는 때때로 세기말의 그림들처럼 불안하다.
이별 또한 새로운 출발이 될테니까.
어쩌면 그는 내게서 자기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 p.210
그래요, 사는 일에는 에누리가 없지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떤 시련이나 고통이든 끌어안고 겪는 이에게만 꼭 그만큼
삶은 자기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차례 차례로 내놓거든요.
참으로 지당한 말씀. - 상 p.298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하-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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