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노인과 바다

기린그린 2024. 1. 10. 18:45



P49. "내가 녀석을 낚은 게 정오였지. 그는 말했다. "그런데 결코 녀석을 보지 못했었군."
그는 고기가 갈고리에 걸리기 전 머리에 밀짚모자를 세게 눌렀었는데 그것이 이마를 파고들었다. 그는 너무 목이 말랐기 에 무릎을 꿇은 채, 낚싯줄이 급격히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면 서, 할 수 있는 한 멀리 뱃머리로 움직여 한 손을 물병으로 뻗었 다. 그는 그것을 열었고 조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 뱃머리에 기 대어 쉬었다. 그는 떼어 낸 돛대와 돛에 앉아 쉬면서 오로지 견 뎌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 뒤를 살폈는데 눈에 들어오는 땅이 없 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그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든 아바나의 불빛으로 들어올 수 있어. 해 지기 전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더 있고 녀석은 그전에 올라올 거야. 어쩌면 녀석은 달 과 함께 올라올지도 몰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일출과 함께 올 라올지도. 나는 쥐도 나지 않았고 기운이 살아나고 있어. 입에 바늘이 걸린 건 녀석이야. 하지만 이처럼 줄을 당기는 물고기라 니 도대체 뭐지. 녀석은 철삿줄에 꽉 끼인 채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 분명해. 녀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내가 상대하고 있 는 것이 무엇인지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P79. 구월이면 일몰 후에 빠르게 어둠이 내렸으므로 이제 어두 워졌다. 그는 뱃머리의 낡은 판자에 누워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휴식을 취했다. 첫 별들이 나왔다. 그는 리겔이라는 이름은 알 지 못했지만 그것을 알아보았고 그것들이 곧 전부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는 먼 곳의 친구들 모두를 갖게 되 는 셈이었다.
"물고기 또한 친구지." 그는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저 같은 물고기에 대해 지금껏 보고 들은 바가 없어. 하지만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해. 별들을 죽이려 애써야만 하지 않아도 되니 기쁘 군."
만약 매일매일 사람이 달을 죽이려 애써야만 한다고 상상해 보라구, 하고 그는 생각했다. 달은 달아나겠지. 아니 사람이 매 일매일 태양을 죽이려 애써야 한다고 상상해 보면? 우린 운 좋 게 태어난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물고기에게 미안해졌음에도 그를 죽이려는 결심은 그를 향한 애도 속에서 도 결코 느슨해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먹게 될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를 먹을 자격이 있을까? 없지, 물론 없어. 그의 위대한 기품과 훌륭한 행위로 보자면 그를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게야.
나는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없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 만 다행이야, 우리가 태양이나 달, 별들을 죽이려 애써야만 하 지 않아서. 바다에서 살아가며 우리의 진정한 형제들을 죽이 는 것으로 충분한 거야.

P.111. 그는 뱃전에 기대 상어가 물어뜯어 헐거워진 물고기 살점 한 조각을 떼어 냈다. 그는 그것을 씹었고 그것의 질감과 훌륭 한 맛에 유의했다. 그것은 육고기처럼 단단하면서 즙이 많았지 만 피로 붉지는 않았다. 그것에는 힘줄도 없었으므로 그는 그 것이 시장에서 높은 가격이 매겨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 밖으로 퍼져나가는 그것의 냄새를 지킬 방법이 없 었으므로, 노인은 매우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바람은 한결같았다. 그것은 북동쪽으로 조금 더 몰렸는데 그는 그것이 잦아지려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를 알고 있었 다. 노인은 그의 앞을 살폈지만 돛을 볼 수 없었고 선체도 볼 수 없었으며 어떤 배의 연기도 볼 수 없었다. 거기에는 단지 항 해하는 배의 양편에서 뛰어오르는 날치와 누런 멕시코만 해초 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심지어 새조차 볼 수 없었다.
그는 두 시간을 항해했는데, 고물에서 쉬면서 때때로 청새 치로부터 떼어 낸 고기 조각을 씹으며, 휴식과 힘을 모으기 위 해 애쓰던 그때, 두 마리의 상어 가운데 첫 번째 것을 볼 수 있 었다.

P.114. 노인은 칼의 날을 씻고 노를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아딧 줄을 찾아서는 돛을 활짝 펼쳤고 배를 원래의 진로로 향하게 했다.
"녀석들이 고기의 사분지 일은 뜯어 간 게 틀림없어,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를." 그는 소리 내어 말했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군, 결코 그를 낚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 점에 대해서 는 정말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모든 게 안 좋게 되어 버렸어."

그는 말을 멈추었고 이제 물고기를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피 가 빠져나가고 파도에 씻긴 물고기는 거울의 뒷면 같은 은빛을 띄고 있었고 그의 줄무늬는 아직 보였다.
"내가 지금에까지 이르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물고기 야" 그는 말했다.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정말 미안하 다. 물고기야.”
이제,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칼이 묶인 곳과, 잘려진 데가 있는지도 살펴보자. 그러고 나서 자네 손도 제대로 만들어 두 어야겠지, 아직 저놈들이 더 많이 몰려올 테니 말야.
"칼을 갈 숫돌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노인은 노 밑둥에 묶 여 있는 것을 살피고 나서 말했다. "숫돌을 가져와야만 했는 데." 자넨 많은 것들을 가져왔어야만 했지, 하고 그는 생각했 다. 그러나 자넨 가져오지 않았지, 늙은이. 이제 자네가 가져오 지 않은 걸 생각할 시간이 없네. 가지고 있는 거로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지.
"자넨 내게 훌륭한 조언을 참 많이도 하는군," 그는 소리 내 어 말했다. "그것도 이제 지겹군" 그는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팔 아래로 키 손잡이를 잡고는 양손을 물속에 담갔다.
"마지막 놈이 얼마나 많이 뜯어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말했다. "이제 배가 많이 가벼워졌어." 그는 물고기 아래쪽이 훼 손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상어가 낚아채고 당길 때마다 고기가 뜯겨 나갔다는 것과 이제 그 고기는 모든 상어들을 위해 바다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처럼 넓은 자국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겨울 한철 사내 하나를 먹여 살릴 물고기였는데, 그는 생각 했다. 그런 생각 마시게. 그냥 쉬면서 남겨진 거라도 지키기 위 해 자네 손을 회복시키는 데 애쓰게. 내 손에서 나는 피 냄새 는 물속을 온통 채우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야. 게다가 많은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상처도 없어. 피가 나고 있으니 쥐가 나지도 않을 테고.
이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군.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다음 상어들을 기다리도록 하세.
정말 이게 꿈이었다면 좋겠군,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누가 알겠어? 좋은 쪽으로 풀려갈지.